지붕 물받이를 희한하게 만들어 놓아서
비가 오면 물통 있는 한쪽으로 흐르지 않고 지붕 양쪽으로 물이 흘러 내려
일요일 오전에는 큰맘 먹고 이것을 고쳐 볼까하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 갔다가
병원 응급실로 갈 뻔 했습니다.
지붕 밑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 가서 물받이를 만지는 순간
누가 각목으로 왼팔뚝을 세게 내리치는 듯한 충격에 '아이쿠!'하는 비명을 질렀는데...
그 다음은 오른쪽 귀를, 그 다음은 사다리를 붙잡고 있는 왼손 엄지손가락을...
'아이구! 아이구!' 연발되는 비명소리와 함께 물받이 밑을 보니 말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몇년 전 가을 부모님과 애들을 데리고 산에 밤 주으러 갔다가 아버지가 벌통을 건디리고는
달려드는 벌들에 쫓겨 애들 있는 우리 쪽으로 뛰어 오는 바람에
만화에서나 보았던 벌의 집단 공격에 우리 모든 가족이 얼마나 혼났는데...
후다닥 사다리를 뛰어 내려 와 창고로 피난을 한 저의 재빠른 동작 덕인지, 다음 공격은 피하여
응급실에 안 실려간 것이 그나만 다행이었습니다.
3군데를 쏘였는데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통증이 심한 것이 끙끙 알았고
죽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그제야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이후 날라다니는 모든 것이 말벌로 보이더군요.
비누로 찬물에 씻고, 얼음찜질을 수시간했는데도 쿡쿡 쑤시는 통증은 가라앉지 않다가
다음날 출근은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집 주변에 날라다니는 벌을 보고 무서워 하던 마님께 '괜찮다'고 큰소리쳤는데
그렇게 쉽게 지나칠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러분도 집 주변에 말벌이 날라다니면 주의 깊게 보세요.
어디에 이놈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지 잘 보셨다가 발본색원하세요.
나중에 저처럼 후회하지 마시고...
남의 집에 허락도 없이 빌붙어 사는 주제에
주인장에게 해코지를 하는 이런 몰상식한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결코 용납할 수 없지요.
약 2시간의 안정기를 거친 후, 겁나지만 무단점거하고 있는 이놈들을 쫓아 내기로 결심하고
단단히 무장한 철거반을 투입하였습니다.
투입되는 철거반
과수원하는 처남이 준 농약상 모자에
작업용 보안경, 수건으로 마스크하고, 침이 뚫을 수 없는 비옷과 코팅된 장갑을 착용하고,
오른손에는 모기약.
이 정도 말벌이 덤벼도 괜찮겠지요. (마님이 투입 전 기념으로 찍어준 사진)
우선 입주한 놈들을 쫓아내고
네가 당한 생각을 하면 이렇게 순순히 해서는 안되는데
능력이 여기까지 인지라...
말벌이 무단점거하여 사용한 장소 (속에는 어른 주먹만한 말벌통이 ㅎㅎㅎ)
위 2놈이 나를 공격한 녀석들 (약 3cm~3.5cm, 마님이 모아 놓았는데 밑에 꿀벌은 아님)
우레탄폼으로 다시 점거하지 못하도록 구멍을 막고...
그날 저녁에는 쫓겨 났던 놈들이 다시 찾아 왔지만 어딜...(흐뭇 흐뭇)
이렇게 복수는 완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