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직후 취미인 목공을 계속하기 위하여
소일거리도 갖고 관련 비용을 충당하고자 블러그에 '판매목공품' 카테고리를 개설하고
PC모니터 받침대와 발받침대, 식탁보조의자 3종을 올려 놓은지
1주일 지난 일요일 저녁. 전화가 왔습니다.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냈는데 연락이 없어 전화하였다는 어떤 30대 후반 남자분.
어항 놓는 용도로 발받침대를 구입하고자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첫 주문전화였습니다.
그런데 어항크기가 가로 45cm×세로 27cm×높이 20cm이기에
게시된 크기(가로 45cm×세로 30cm×높이 20cm)면 되겠다고 하였는데
기존에 만들어진 물품은 세로가 25cm로 5cm가 부족하기에 저는 다시 제작하여 보내 드리겠다고 하고
통화한 날자가 일요일(9/16) 오후 7시경이었는데
중추절 연휴시작인 금요일(9/21)까지 받았으면 한다 하시기에
택배가 몰리는 중추절 전(前) 주임을 고려하여, 이틀 후인 화요일(9/18)에는 택배 발송하기로 하고
통화를 종료하였습니다.
첫 주문에 다음날 바쁜 일정에도 설레이는 밤이었습니다.
월요일 (9/17)
폭 30cm 판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20cm폭의 나무를 집성(붙이는데)하는데만 최소 4~5시간 걸리고
재단하고, 짜임으로 결구하고, 견고하게 목공접착제가 굳는데 8시간, 오일 도색에 1일 등
최소 2일이 걸리는 일정이 소요됨에도
익일 화요일 택배를 보내기 위하여 정신없이 작업하였는데
바쁘게 하다보니 계측을 잘못하여 엄한 곳에 타공을 하는 실수를 하였습니다.
시간이 있다면 초기에 다시 만들었지만,
그렇게 하면 화요일에 발송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게 된다는 생각에
완성 후 보수하기로 하고 계속 진행하였습니다.
짜임부분의 접착제가 굳는 당일 밤 11시
오일을 바르는데
보수한 부분이 영 마음에 안 들고 신경을 거스리더군요.
그런 저를 보고 아들 하는 말. '다음부터는 급하게 제작하는 주문은 받지마' ㅋㅋㅋ
화요일 (9/18)
아침 6시
2번째 오일 도포를 위하여 다시 본 받침대는 마음을 편하게 하지 못하였습니다.
보수한 부분이 계속 신경을 거슬렸지요.
상판에 못자국을 감추기 위하여 박은 동그란 목심은 너무 표가 낳고
옆판은 급하게 하다가 계측 잘못으로 타공하여 보수한 부분도 또 마음에 안들고 하여
다시 보수를 시작하였습니다.
상판의 동그란 목심은 나비모양으로 파서 수정을 하고,
옆은 일정부분 표피를 걷어내고 동일 목재를 사용하여 1시간을 재보수하였습니다.
<보수 후 상판> <보수 후 옆면 - 너무 티나지요 ㅋㅋㅋ>
언제 올지 모르는 택배아저씨를 대비하여 포장을 준비하던 중 판매가격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이런 흠이 있는 제품을 돈을 받고 판매한다는 것이 제 마음이 편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편지를 썼습니다. 주문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급히 만들다 보니 이쪽 저쪽 실수가 발생하였고 흠이 있는 제품을 제작,판매한다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아 택배비를 제외하고 제품값은 다시 반송드린다며, 택배비 5천원을 제한 2만원을 동봉하여 받침대와 같이 택배 드렸습니다. 우측 사진은 이 때 보낸 편지를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자 다짐하며 휴대폰에 찍어 보관한 사진입니다. 택배아저씨 말씀으로는 늦어도 목요일(9/20)까지는 도착할 수 있다하여 배송일자 약속은 지킬수 있었구요. 구매자 분께 배송예정일자와 송품장은 당연히 보내 드렸습니다. |
수입(쩐)의 크기와 관계 없이
제품 첫 판매에 고무되어서 저녁식사 사라는 집사람에게는
이 이야기를 물론 하지 못하였구요.
수요일 (9/19)
집사람과 작은아들을 데리고 첫 판매턱이라며 저녁식사를 하고는
차에 올라타면서 열어 본 휴대폰.
첫 제품 구매자 분으로 부터 문자메시지가 와 있더군요.
'물건 감사합니다.
사용상 문제가 없기에 다시 2만원 보내 드립니다.
물건 너무 마음에 들어요. ^^
물건 값을 안 받으시면 저희가 나중에 주문하기 죄송할 것 같아
다시 보냈습니다.
물건값을 너무 적게 받으신게 아닌지 죄송합니다.
~ 화면 보다 더 예뻐요.
예쁘게 잘 사용하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집사람에게 그제서야 이야기하였습니다.
내가 택배비만 받고 2만원은 반송한 사실.
그리고, 받은 문자메시지를 쭉 읽어 주었습니다.
'어이구!' 소리와 함께 '참 좋은 분들'이라는 이야기를 동시에 들었습니다.
살 맛나는 세상!
너무 기분이 좋더군요.
부족하지만 그 물건을 받고 감사해 하시고
그 가치를 인정하여 주신 분(부부)께 감사 드립니다.
재송금도 송금이지만 그 분들의 마음이 저한데 와서 행복하게 합니다.
첫 고객(?)을 마음이 너무 따뜻한 분들을 만난 것 같습니다.
'제 마음에 차지 않는 부족한 물건을
그 가치 이상의 돈을 받고 판매한다면 너무 부끄럽다는 마음'
이 마음을 소신으로 하여 즐거운공방에서 목공활동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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